블록체인, 암호화폐, NFT,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들이 기업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 용감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가시지 않는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암호화폐와 메타버스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월마트 정도 되는 덩치 큰 업체들도 이런 신기술을 이런 저런 모양으로 찔러보는 중입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디지털 발자국의 정의와 개념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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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발자국이란 무엇일까요?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모바일 앱을 통해 남기는 존재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탈중앙화를 앞세운 웹3.0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분산 네트워트가 대세가 되며, 탈중앙화 금융이 활성화되고, NFT가 보편화된다면 디지털 공간에서 존재감을 떨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훨씬 풍부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좋은 일만 생기는 법은 없습니다. 풍부해진 방법과 기회를 누리려면 우리가 지금 알지 못하는 위험들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 위험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쉬프트 네트워크(Shyft Network), 드롭(Dropp), 도시 앤 휘트니(Dorsey & Whitney)와 같은 기업의 전문가들이 잠재적 위험 요소와 그에 따른 보상들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약속된 고효율성
일명 디파이(DeFi)라고 하는 탈중앙화 금융은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발전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되는 중이라고 소액 결재 플랫폼인 드롭의 CEO 수실 프라부(Sushil Prabhu)는 설명합니다. “그 진화의 원동력은 거래자와 거래자 사이에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금융 거래가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는 디파이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스마트 계약서를 통해 디지털 자산을 붙잡고 있다가 특정 조건이 맞아떨어질 경우에만 놓아주는 시스템도 디파이의 특별한 장점입니다. 이 개념을 대출이나 크라우드펀딩에 적용시킨다고 생각해보세요. 기존 시스템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됩니다.” 프라부의 설명입니다.
“디파이란, 누구나 입장할 수 있는 거대한 기계와 같습니다. 입장한 후에는 아무나 자기만의 토큰을 만들고, 그 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누구도 그 코인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지 않은 채로 말이죠. 이 거대한 기계가 많은 일을 도맡아 하게 되는 건데, 지금으로서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단체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므로 사용자 혹은 참여자 입장에서는 높은 효율을 누리게 되는 것이고요.”
게다가 현재 막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메타버스나 NFT와 같은 기술이 더해지면 은행 없는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관들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프라부는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은행들이 주요 플레이어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희 드롭만 해도 은행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이 새로운 금융 체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참여하고 싶어 하죠. 블록체인과 분산 장부를 활용해 새 상품을 만들려고 고심을 많이 하죠.”
하지만 디파이에 참여하는 게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암호화폐라는 자산의 가치가 심한 변동을 겪습니다. 들쭉날쭉한 가격만큼 소유자들이 짊어지게 되는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가 됩니다. 극심한 손해를 볼 수도 있죠. 그럼에도 그 누구에게도 구제를 요청할 수 없어요. 그래서 고정된 가치를 갖고 있는 스테이블코인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가치를 불변하게 함으로써 위험 요인의 가짓수를 줄인 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중앙화로 관리?
탈중앙화라는 개념에는 위험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탈중앙화 된 자산들이 증가하면, 악용 사례가 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이 좋은 사례입니다. 그래서 돈 세탁을 방지하고 대항하기 위한 국제 조직인 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FATF)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쉬프트 네트워크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인 말콤 라이트(Malcolm Wright)가 말합니다.
“미국의 입법자들도 이미 이 분야를 위한 정책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FATF의 경우, 국제 조직이다 보니 규정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만 각 나라의 입안자들이 참고할 만한 권장사항들과 가이드라인을 만듭니다. 또한 가이드라인이 실제 각 나라에 정책으로서 입안되었을 때 그 현황을 서로 비교하기도 합니다.” 라이트의 설명입니다. “이런 노력들이 바탕이 되어 블록체인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FATF는 2019년 탈중앙화 금융 및 암호화폐와 관련된 권장사항들을 발표했었습니다. 당시 기준 2년 안에 나라들이 규정을 마련하고, 산업이 2년 안에 이 규정들을 준수하기 위한 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작성한 내용이었습니다. “신기술을 악용하려는 자들로부터 발생하는 위험 요인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죠. 그러면서 중앙화 된 금융 거래소들과 관리 감독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트의 설명입니다.
“현재 암호화폐 체제에는 ‘트래블 룰(travel rul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암호화폐를 보낼 때, 거래소와 거래소끼리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정보를 교환하게 하는 규칙이죠. 그래야 사법 기관에서 거래소에 거래 행위자들의 정보를 요구했을 때 제출할 수 있거든요. 탈중앙화 거래를 위해서는 이 트래블 룰부터 손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간단한 해결책이 나올 만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2022년 한 해 동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세계는 규정의 도입과 준수 문제로 바쁠 것 같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이미 여러 국가들이 탈중앙화 금융에 관한 법안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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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규제와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NFT
한편 최근 블록체인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단연 NFT입니다. 복제와 공유가 간편한 디지털 세계에서 고유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NFT의 개념에 대해서는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비디오 게임 제작자들이 먼저 NFT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인게임 아이템 등과 같은 시각적 혹은 그래픽 자산들을 NFT로 전환해 판매한 것입니다. 메타버스라는 3D 가상 공간에서, 오로지 구매자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들이 NFT라는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보드 에입스(Bored Apes)도 NFT로 판매되는 유명 상품 중 하나입니다. 이미 NFT를 판매해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고, 비싼 돈 주고 산 아이템이 해킹을 당해 사라졌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입법자들은 아직 NFT라는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FATF는 NFT 시장이 갖는 위험요소 파악과 완화 대책 마련을 각 정부들에 맡기고 있습니다. 라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나라마다 NFT 시장 상황이 달라서 위험요소와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미 NFT 시장이 많이 활성화된 나라도 있고, NFT 아이템이 단 하나도 없는 나라도 있죠. 아직 국제 기관에서 통일된 뭔가를 준비하기에는 기반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라이트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계속해서 NFT 자산 혹은 탈중앙화 자산들을 거래하기 위한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데, 사용자들을 위협하는 요소들까지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좀 더 발휘되어야 할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완벽한 세상이었다면 누구나 NFT나 암호화폐를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악의를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어떻게 해서든 시스템과 기술의 허점을 노리고 들어오려는 시도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 혁신을 이루고 싶다면 안전망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하는 게 맞습니다.”
가상자산들의 근본적인 위험성
디지털 자산의 가장 큰 불안함은 뭐니 뭐니 해도 가치 등락의 폭이 너무나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빠른 속도로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피라미드 스킴 알러트(Pyramid Scheme Alert)의 회장이자 ‘폰지노믹스 : 다단계 마케팅의 비밀’의 저자 로버트 피츠패트릭(Robert FitzPatrick)은 “기반이 없는 상태로 커지고 있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표현합니다.
“디지털 자산의 근간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요? 암호화폐요? 화폐라고 이름이 붙어 있긴 한데, 정말 화폐와 같은 쓰임새와 유용성을 가지고 있나요? 아니죠. 암호화폐의 가치는 ‘화폐로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상품으로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의 상품이 있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걸 구매하기 시작하고, 그런 흐름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되니까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습니다. 진짜 가치라는 것이 정의되기도 전에 갑자기 가격만 어마어마하게 올라간 것입니다. 그러니 언제고 휘발돼도 이상하지 않은 겁니다. 유행이 지나고 신규 투자자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폭락할 것이라고 봅니다. 신규 투자자 이외에는 이 암호화폐의 가치를 지탱해주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피츠패트릭은 암호화폐가 전통의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합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화폐는 기본적으로 ‘가까운 미래에 망하지 않을 만하고, 나라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정부가 존재한다’는 신뢰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믿음과, 이 국가가 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보편적인 바람이 화폐를 지탱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군과 법을 운영하죠. 경쟁 화폐가 나라 안에서 생겨나면 이를 처단할 방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는요?”
기존 금융 체계 속에 녹아나기
도시 앤 휘트니의 파트너인 조셉 리냑 3세(Joseph Lynyak III)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는 오렌지 주스 선물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돈을 내고 뭔가를 샀지만 사실 손에 들어오는 오렌지 주스는 없죠. 대신 그 오렌지 주스가 가지고 있는 가치(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보유한 것입니다. 다만 암호화폐의 경우 오렌지 주스처럼 잃어도 그만인 것을 다루는 게 아니죠. 어마어마한 가격의 뭔가가 거래되는데, 그 가치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지금 디지털 자산이 가진 불안함입니다. 은행들이 선뜻 암호화폐 분야로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고객들의 투자 상품으로서만 문을 조금씩 열고 있는 상황이죠.”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가 전 세계 은행 지불 시스템에 편입된다는 것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문제라는 게 명확하다고 리냑은 말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가까운 미래에 암호화폐가 은행에서 일반 화폐처럼 사용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전통의 금융 업계가 암호화폐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고민은 은행권에서도 충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거지, 금융권이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기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면서 리냑은 중국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신들만의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 실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암호화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암호화폐의 사촌쯤은 되죠. 이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일반 화폐와 가상 화폐가 어떤 관계를 이뤄갈지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암호화폐와 기존의 은행 시스템의 궁합을 상상하다보면 결국 이런 질문에 봉착합니다. “개인들이 중간 감독자나 관리자 없이 직접 전자 거래를 하는 게 현대 사회의 정서와 구조에서 가능해져야만 하는 일일까요? 그렇다면 은행은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조직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목돈을 빌려야 할 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며, 대출을 해 주기 위한 자금을 은행은 어디서부터 확보해야 할까요? 암호화폐가 화폐를 대체하게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그저 중앙 관리 체제가 싫다거나,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에서 고민되어야 할 게 아닙니다. 금융 체계의 모든 것들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즉 은행의 존재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리냑의 설명입니다.
또한, 지금의 은행들을 끼고 국제적인 송금을 하게 될 때, 수일씩 걸리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을 리냑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거래를 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한 나라나 한 금융 기관의 과제가 아닙니다. 국제 사회 전체가 해외 송금 속도를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시스템 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빠르면서도 안전한 송금 체계를 고안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국제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서 인프라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긴 시간이 흐를 것입니다.”
출처 : 보안뉴스(https://www.boannews.com/media/view.asp?idx=104579&page=1&kind=3&search=title&find=)